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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희생하는 마음이 앞서야" — 김태흠, 그 말을 할 자격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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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3월 13일, 6·3 지방선거 공천 면접을 마친 김태흠 충남도지사가 오세훈 서울시장을 향해 "당이 어려울 땐 당을 위해 희생하는 마음이 앞섰으면 좋겠다. 본인 주장만 내걸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겉으로는 원론적 조언처럼 들리지만, 이번 발언은 누가 누구에게 희생을 말할 자격이 있는지부터 되묻게 만든다.

충남·대전 행정통합을 이유로 공천 신청을 미루며 당을 압박하다가, 지도부가 직접 찾아와 출마를 요청한 뒤 신청서를 낸 당사자가 바로 김 지사였기 때문이다. 이런 전후 사정 속에서 나온 '희생' 발언은 정치적 설득력보다 자기모순을 먼저 드러낸다.

김태흠의 보류는 무엇을 위한 것이었나

김 지사는 공천 마감일까지 신청하지 않았고, 이후에는 "통합 불씨가 꺼진 뒤 결단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통합 이슈가 정말 선결 조건이었다면, 불씨가 꺼진 시점에 곧바로 신청 결단이 나온 흐름은 오히려 그 조건의 진정성을 약화시킨다.

정치적으로 보면 이는 원칙의 고수라기보다 협상력 확보에 가까운 전술로 읽힌다. 그렇다면 이후 타인을 향해 "본인 주장만 내걸지 말라"고 훈계하는 발언은 자신의 행동과 정면으로 충돌한다.

오세훈의 요구는 사익인가, 노선 문제인가

오세훈 시장의 공천 신청 보류는 개인 현안이 아니라 당의 노선 문제를 전면에 둔 압박이었다. '절윤 결의문'이 선언에서 끝나선 안 되며, 유권자가 체감할 가시적 변화가 필요하다는 요구였다. 이는 당의 선거 경쟁력과 직결된 정치적 문제 제기다.

서울 민심 이반과 지지율 하락 국면에서 이런 요구를 '본인 주장'으로 축소하는 것은 현실 진단을 외면하는 언어다. 당의 위기를 만든 원인을 직시하지 못한 채,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를 이기적 프레임에 가두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누가 누구의 입장을 대변했나

당 지도부가 추가 실천 없이 절윤 논의를 정리하려는 흐름 속에서, 김 지사의 발언은 결과적으로 지도부 시각에 힘을 실어주는 형태가 됐다. 반대로 오 시장의 압박은 당의 방향 전환 논의를 계속 전장 위에 올려놓는 역할을 했다.

이 대비는 단순한 개인 의견 차이를 넘어, 국민의힘 내부가 '변화 요구'와 '현상 유지' 사이 어디에 서 있는지를 보여준다. 김 지사의 메시지는 그 분기점에서 변화가 아닌 관리의 언어에 더 가까웠다.

정치에서 희생이란 무엇인가

정치적 희생은 자신의 당내 안위나 단기 이익을 내려놓고, 공동체의 장기 이익을 선택하는 행위다. 그렇다면 지금 이 국면에서 희생에 가까운 선택은 무엇인가. 지도부와의 불편을 감수하고 노선 전환을 요구하는 것인가, 아니면 지도부 요청에 복귀한 뒤 문제 제기자를 비판하는 것인가.

유권자 관점에서 답은 이미 선명하다. 당의 위기는 쓴소리 때문이 아니라 쓴소리를 배척하는 문화에서 나온다. 김태흠의 발언이 남긴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이 지점, 자기 성찰의 자리를 다시 닫아버렸다는 데 있다.

결론: 지금 필요한 것은 복종이 아니라 방향 수정

당이 어려울수록 필요한 것은 '지도부에 대한 희생적 복종'이 아니라 '잘못된 방향에 대한 수정 의지'다. 배가 암초를 향할 때 승객에게 침묵을 요구하는 것은 희생이 아니라 동조다.

오세훈의 문제 제기를 '본인 주장'으로 몰아세우는 프레임은 당의 위기를 해결하지 못한다. 지방선거를 앞둔 지금 국민의힘에 필요한 것은 비판의 봉쇄가 아니라 변화의 실행이다. 김태흠 지사의 발언은 그 과제를 비추는 거울이어야지, 회피의 구실이 되어선 안 된다.

이 글은 공개된 보도를 바탕으로 작성한 시사 사설로, 필자의 개인적 견해를 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