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쿠키

[사설] 판을 깔고 빠졌다 — 김어준, 이번만큼은 말로 넘어갈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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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0일,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한 장인수 전 MBC 기자는 "이 대통령 최측근 정부 고위 관계자가 고위 검사들에게 공소 취소를 요구했다"는 취지의 주장을 내놓았다. 이른바 '공소 취소 거래설'은 즉각 정국을 흔들었다. 여권 내부가 요동쳤고, 야권은 탄핵·특검 공세를 강화했다.

사흘 뒤 민주당은 장 씨를 허위사실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했지만, 방송 진행자인 김어준은 고발 대상에서 제외됐다. 당의 설명은 "법적으로 해당이 되지 않는다"는 한 줄이었다. 그러나 공론장의 책임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이 결론은 충분히 납득되기 어렵다.

이번 사태의 핵심은 '검증 실패의 유통'

문제의 발언은 검증된 사실 보도가 아니라 익명 제보 기반의 주장에 가까웠다. 그런데 이 주장이 대형 정치 채널을 통해 사실처럼 유통되며 폭발력을 얻었다. 공론장의 피해는 '주장한 사람' 한 명에게서만 발생하지 않는다. 그 주장을 검증 없이 확산시킨 플랫폼의 책임이 동등하게 따라온다.

장인수가 방아쇠를 당겼다면, 뉴스공장은 그 총성이 전국으로 퍼지게 만든 증폭 장치였다. 영향력 있는 채널이 사실 확인의 문턱을 낮추는 순간, 정치적 혼란은 구조적으로 반복된다.

"출연자 책임"이라는 해명의 한계

김어준은 "취재를 언제 터뜨릴지, 신빙성과 결과는 기자가 책임질 몫"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진행자가 편집·배치·맥락을 통제하는 방송에서 이 해명은 성립하기 어렵다. 생방송이라도 사전 검토와 사후 조치의 책임은 사라지지 않는다.

영향력이 큰 진행자는 단순 전달자가 아니다. 특히 폭발력이 큰 사안일수록 반론 확인, 근거 제시, 검증 수준 고지, 사후 정정·사과 절차를 갖춰야 한다. 이를 외면한 채 "내용은 출연자 책임"으로 정리하면, 플랫폼 윤리는 사실상 해체된다.

익숙한 패턴: 의혹을 키우고, 책임은 분리한다

이번 사건이 더 무거운 이유는 일회성 실수로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의혹을 강한 맥락으로 포장해 공론장에 투입하고, 파장이 커지면 "전달했을 뿐"이라고 물러서는 방식은 이미 오래 반복돼 왔다. 이런 패턴은 진영과 무관하게 공론장을 소모시킨다.

정치적으로 편리한 의혹일수록 검증 기준은 더 엄격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반대다. 강한 확신의 언어가 먼저 퍼지고, 사실 검증은 뒤늦게 따라온다. 그 사이 신뢰와 제도는 손상된다.

민주당의 선택도 자유롭지 않다

민주당이 장인수만 고발하고 김어준을 제외한 판단 역시 정치적 의심을 피하기 어렵다. 순수한 법리 판단일 수 있지만, 영향력 있는 우호 미디어에 대한 정치적 배려로 읽힐 여지를 스스로 남겼다. 공론장 책임을 말하려면 '누가 말했는가'가 아니라 '어떻게 유통됐는가'를 같은 기준으로 다뤄야 한다.

당이 자기편 플랫폼에는 관대하고 상대편 플랫폼에는 엄격하다는 인상을 주는 순간, 명분은 급속히 약해진다. 신뢰는 선택적 엄정함이 아니라 일관된 원칙에서 나온다.

결론: 뉴미디어일수록 더 엄격해야 한다

뉴미디어라는 이름은 면책 특권이 아니다. 구독자 수가 크고 정치 영향력이 클수록, 사실 검증과 정정·사과의 책임은 더 무거워져야 한다. 기존 언론이 져야 하는 최소한의 책임 기준을, 유튜브 채널이 비켜갈 이유는 없다.

이번 사태에서 필요한 것은 법적 맞대응 선언이 아니라 공론장 운영자로서의 자기 점검이다. 김어준이 해야 할 일은 분명하다. 판을 깔고 빠졌다는 비판에 대해 책임 있게 답하고, 재발 방지 기준을 공개적으로 제시하는 것이다. 그때서야 비로소 '뉴미디어의 공적 책임'이라는 말이 설득력을 갖게 된다.

이 글은 공개된 보도를 바탕으로 작성한 시사 사설로, 필자의 개인적 견해를 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