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소 취소 거래설'을 둘러싼 정치권 공방은 이미 사실 검증의 단계로 넘어가야 했다. 그런데 일부 정치권은 검증보다 증폭을 택했다. 민주당 내부에서조차 "삼류 창작소설급"이라는 강한 표현이 나왔고, 당 차원의 고발까지 이뤄졌지만 논란은 오히려 확대됐다.
이 사태에서 핵심은 의혹의 최초 발화자가 아니다. 그 의혹을 제1야당 대표가 어떤 논리로 공식화했는지, 그리고 그 방식이 공론장에 어떤 비용을 남기는지다.
'정황 증거가 차고 넘친다'는 말의 함정
장동혁 대표는 공소 취소 모임, 국정조사 추진, 대통령의 검찰 비판 등을 근거로 "정황 증거가 차고 넘친다"고 했다. 그러나 이는 직접 증거가 아니라 정치적 행보의 해석에 가깝다. 공개된 정책 입장과 비밀 거래 의혹을 동일선상에 놓는 순간, 논증은 추론이 아니라 예단으로 기울어진다.
정황 증거는 사실을 보강할 때 의미가 있다. 사실 자체가 입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정황만으로 결론을 먼저 제시하면, 공적 언어는 증거 언어가 아니라 선동 언어로 변질된다.
정치적 위기와 의혹 정치의 결합
국민의힘은 당시 낮은 지지율, 높은 비호감, 공천 갈등, 지도부 리더십 논란이라는 복합 위기에 놓여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대형 의혹은 내부 위기를 외부 투쟁 프레임으로 전환하기에 유용한 소재가 된다. 문제는 유용성이 진실을 대신할 수 없다는 점이다.
내부 혁신 요구가 커질수록 검증되지 않은 의혹을 전면에 세우는 전략은 단기 결집에는 도움될 수 있어도 장기 신뢰를 훼손한다. 유권자는 공격의 강도보다 근거의 밀도를 본다.
플랫폼 책임과 정치 책임은 분리되지 않는다
더민주혁신회의가 "사실 확인 없는 의혹 유통"을 비판한 논리는 김어준 방송뿐 아니라, 그 의혹을 제도 정치로 끌어올린 인사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최초 제기자, 확산 플랫폼, 정치적 공식화 주체는 책임의 크기만 다를 뿐 모두 공론장 책임 체인 안에 있다.
특히 야당 대표의 발언은 유튜브 발화와 차원이 다르다. 국가기관 수사 촉구로 이어지는 순간, 그 말은 정치적 의견이 아니라 제도 작동을 유도하는 공적 행위가 된다. 따라서 검증 기준은 더 엄격해야 한다.
결론: 의혹을 키우는 정치가 아니라 신뢰를 쌓는 정치로
야당의 강한 문제 제기는 민주주의에 필요하다. 그러나 강한 공세일수록 더 엄밀한 사실 검증이 선행되어야 한다. 삼류소설급 의혹을 '정황 증거'로 포장하는 방식은 상대를 공격할지 몰라도, 결국 정치 전체의 신뢰를 갉아먹는다.
지지율 위기에서 벗어나는 길은 근거 빈약한 의혹의 증폭이 아니다. 정책 대안, 인적 쇄신, 책임 있는 언어를 통해 신뢰를 다시 쌓는 것이다. 국민은 목소리 큰 정치를 기억하지 않는다. 근거 있는 정치를 기억한다.
이 글은 2026년 3월 16일 주간경향 보도를 바탕으로 작성한 시사 사설로, 필자의 개인적 견해를 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