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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오세훈은 도주하지 않았다 — 공천 거부가 드러낸 국민의힘의 두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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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서울시장이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 추가 공천 신청에 두 번째로 응하지 않았다. 그는 이유를 간단히 말했다. "실천이 중요하다고 했는데, 실현 단계에 들어가는 조짐이 없다." 선언은 있었지만 실행이 없다는 지적이다.

이 발언의 핵심은 협상 전술이 아니라 신뢰 문제다. 절윤 결의문 이후 당이 실제로 무엇을 바꿨는지에 대한 질문이며, 그 질문에 지도부가 명확히 답하지 못하고 있다는 현실을 드러낸다.

후속 조치의 실체: 변화가 아니라 유예

지도부가 제시한 후속 조치는 윤리위 추가 논의 중단 요청 수준이었다. 하지만 징계 논의를 멈추는 것이 노선 전환을 증명하진 못한다. 인적 쇄신은 유예가 아니라 결단으로 확인된다. 오세훈이 "그 정도로는 부족하다"고 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정치에서 신호는 모호할수록 역효과를 낸다. 강한 선언 뒤에 약한 실행이 따라오면 유권자는 그것을 변화가 아닌 시간 벌기로 읽는다. 지금 국민의힘이 맞닥뜨린 불신의 본질도 바로 이 간극이다.

'명분 쌓기' 프레임의 자기모순

오 시장의 공천 거부를 두고 "불출마 명분 쌓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그러나 오세훈 본인은 무소속 출마나 불출마 가능성을 부인하며, 요구의 초점을 줄곧 당의 실질 변화에 맞춰왔다. 프레임은 강했지만 근거는 약했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이런 공격이 당의 핵심 질문을 회피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지금 필요한 논쟁은 '오세훈의 진심'이 아니라 '지도부의 실행'이어야 한다. 인물 공격으로 메시지를 덮을수록 당은 스스로 개혁 의지를 의심받는다.

중진 압박도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일부 중진의 "또 불출마하려는 것 아니냐"는 발언 역시 과거 프레임을 현재에 덧씌운 해석이다. 과거 사례와 현재 상황은 성격이 다르다. 지금 쟁점은 개인의 출마 결단이 아니라, 국민의힘이 윤어게인 잔재와 어떤 선을 긋고 선거를 치를 것인지다.

그런데 당내 담론이 이를 정면으로 다루지 못하고 개인 책임론으로 흐르면, 유권자는 지도부가 문제의 핵심을 피하고 있다고 판단한다. 내부 결속을 명분으로 한 프레임 정치가 오히려 외부 신뢰를 더 깎는 구조다.

결론: 공은 오세훈이 아니라 지도부에 있다

오세훈의 요구는 단순하다. 결의문을 실행으로 증명하라는 것, 인적 쇄신의 가시적 조치를 보여달라는 것이다. 이는 이탈의 명분이 아니라 승리를 위한 최소 조건에 가깝다.

결국 공은 장동혁 지도부에 있다. 오세훈을 우회할 방법을 찾을지, 오세훈의 요구를 수용해 당의 신뢰를 복구할지 선택해야 한다. 서울 선거의 향방은 개인의 결심보다 지도부의 실행 의지에서 갈릴 것이다.

이 글은 2026년 3월 12일 세계일보 보도를 바탕으로 작성한 시사 사설로, 필자의 개인적 견해를 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