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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구를 실험대 위에 올리지 말라 — 이진숙 공천 의혹과 장동혁의 대구 도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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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장 공천을 둘러싼 국민의힘 내부 갈등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핵심 의혹은 단순한 인선 다툼이 아니다. 중진 의원들을 컷오프하고 특정 인물을 유리한 구도로 올리려 했다는 주장, 그리고 그 과정에서 공관위와 지도부가 충돌했다는 정황이다. 이 사안은 지역 정치의 공정성 문제이자 당의 노선 문제다.

대구는 계파 실험장이 아니다. 시민의 삶을 책임질 시장을 뽑는 절차가 권력 설계 게임으로 비친다면, 그 순간 공천은 전략이 아니라 자해가 된다.

세대교체 명분과 실제 구도의 괴리

표면 명분은 '세대교체'다. 그러나 만약 중진을 걷어내고 특정 인물에게 유리한 대진표를 짜는 방식이라면, 그것은 혁신이 아니라 유도된 경쟁이다. 명분과 실체가 어긋날수록 유권자는 공천을 불공정한 권력 배분으로 읽는다.

정당이 세대교체를 말하려면 원칙이 선행되어야 한다. 누구를 위해 룰을 만드는지 의심받는 순간, 세대교체는 가치가 아니라 전술이 된다. 대구처럼 정치적 상징성이 큰 지역일수록 그 역풍은 더 크다.

TK 민심이 예민한 이유

대구는 시장 공백과 지역 현안 누적으로 안정적 리더십을 절실히 원한다. 이런 시점에 공천 혼선이 커지면, 시민의 관심은 인물 경쟁력보다 공천 절차의 공정성으로 이동한다. 공천 불신은 곧 당 불신으로 번진다.

이미 TK 민심에 피로와 불만이 누적된 상황에서 '짜인 구도' 의혹까지 더해지면, 핵심 지지층의 결속이 아니라 분열을 자극할 가능성이 높다. 보수 텃밭이라는 과거 인식에 기대는 접근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중진 반발과 분열 시나리오의 현실성

중량급 주자들이 대거 배제될 경우 가장 먼저 나타나는 것은 탈당·무소속 출마 압박이다. 그렇게 되면 본선은 당 대 당 경쟁이 아니라 같은 진영 내부의 표 분산 싸움으로 바뀐다. 이 구조는 상대 진영에 결정적 반사이익을 제공한다.

공천은 승자를 만드는 기술이 아니라 패배 가능성을 줄이는 기술이어야 한다. 당내 핵심 자산을 한 번에 적으로 돌리는 공천은 어떤 명분으로도 선거 공학적으로 합리화하기 어렵다.

절윤 선언과 공천 현실의 충돌

국민의힘은 절윤을 말해왔지만, 공천에서 그 노선이 실제로 관철되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선언은 절연을 말하고, 인선은 잔존 세력을 강화한다는 인식이 퍼지면 당의 메시지는 자기모순에 빠진다. 유권자는 문서가 아니라 후보 명단으로 당의 진심을 판단한다.

대구시장 공천은 그래서 시험대다. 이 공천이 특정 노선의 거점 확보 수단으로 보이면, 절윤은 정치적 수사로 끝난다. 반대로 공정성과 경쟁력을 우선한 인선이 나오면, 비로소 선언은 실행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

결론: 대구 시민의 선택권을 계파 거래로 훼손하지 말라

대구 시민은 당내 권력투쟁의 결과물을 통보받기 위해 투표하지 않는다. 시민이 원하는 것은 지역 행정 공백을 메우고 미래를 책임질 검증된 리더다. 공천이 그 요구를 배반하면, 선거의 심판은 정직하게 돌아온다.

지금 필요한 것은 '누구를 밀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신뢰를 회복할 것인가'다. 대구를 실험대 위에 올리는 도박은 당도, 지역도 잃는 가장 비싼 선택이 될 수 있다.

이 글은 2026년 3월 16일 매일신문 보도를 바탕으로 작성한 시사 사설로, 필자의 개인적 견해를 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