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쿠키

[사설] 정부 경제대책의 명암 - 수혜자와 사각지대를 가르는 보이지 않는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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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발표한 경제대책들이 줄을 잇고 있다. K-패스부터 전기요금 할인, 소상공인 금융지원까지 다양한 정책이 쏟아지고 있지만, 정작 누가 혜택을 받고 누가 제외되는지에 대한 면밀한 검토는 부족해 보인다. 정책의 실효성은 결국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질문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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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이미지: Pexels / Atlantic Ambience

교통비 지원의 역설적 현실

K-패스는 대중교통 이용자에게 월 최대 60회까지 20~30%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월 15회 이용 시부터 할인이 적용되는 구조다. 하지만 실제 계산해보면 문제가 드러난다. 서울 지하철 기준 1회 1,370원으로 월 15회 이용 시 20,550원, 30% 할인받으면 6,165원을 절약한다. 60회 이용 시에는 최대 24,660원까지 절약 가능하다.

문제는 이 혜택이 정작 교통비 부담이 큰 저소득층보다는 출퇴근이 규칙적인 직장인들에게 집중된다는 점이다. 불규칙한 일자리를 전전하는 일용직 근로자나 택시 이용이 불가피한 거동불편자들은 혜택에서 소외된다. 필자가 최근 만난 한 청소 노동자는 "새벽 4시 첫차 전에 출근해야 하는데 K-패스가 무슨 소용이냐"고 토로했다. 정책 설계 단계에서 진짜 도움이 필요한 계층의 생활패턴을 충분히 고려했는지 의문이 든다.

전기요금 할인의 선별적 혜택

정부는 전력 다소비 업종을 제외한 일반 가정과 소상공인에게 전기요금 25% 할인을 시행하고 있다. 월 300kWh 이하 사용 가정은 평균 1만 5천원, 300~450kWh 사용 시 3만원 정도의 혜택을 받는다. 문제는 '전력 다소비 업종' 판정 기준이 모호하다는 점이다.

산업통상자원부 고시에 따르면 월 1,000kWh 이상 사용하는 업체 중 특정 업종코드에 해당하면 할인에서 제외된다. 하지만 같은 전력 사용량이라도 업종에 따라 혜택 여부가 갈린다. 소규모 제조업체나 24시간 냉장보관이 필요한 식품업체들이 불합리하게 제외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정책의 형평성을 위해서는 업종보다는 사업 규모나 매출액 기준을 도입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전기요금 할인이 결국 에너지 소비를 장려하는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점이다. 탄소중립을 목표로 하는 정부 정책과 상충되는 측면이 있어, 장기적 관점에서의 정책 일관성 검토가 필요하다.

소상공인 금융지원의 사각지대

소상공인 특례보증 프로그램은 최대 3억원까지 저금리로 대출받을 수 있도록 지원한다. 금리는 연 3.0~4.5% 수준으로 시중은행 대출보다 1~2%p 낮다. 하지만 신청 과정에서 걸러지는 사업자가 상당수다.

핵심은 신용등급과 사업자등록 기간이다. 신용등급 6등급 이하거나 사업자등록 후 6개월 미만인 경우 심사에서 불리하다. 계산해보면 월매출 1,000만원 업체가 3억원을 4.5% 금리로 대출받을 경우 월 이자만 112만원이다. 매출 대비 이자 비중이 11%를 넘어 실질적 도움이 되기 어렵다.

정말 절실한 것은 영세사업자를 위한 소액 운영자금이다. 하지만 현재 지원책은 규모가 있는 사업자 위주로 설계되어 있다. 필자가 지난해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들을 취재하며 느낀 것은,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수억원의 대출이 아니라 월세와 인건비를 버틸 수 있는 수백만원 단위의 긴급자금이었다는 점이다. 정책 입안자들이 현장의 목소리에 더 귀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정책 수혜의 공정성 재검토 필요

현재 경제대책들을 종합해보면, 중산층과 안정적 일자리를 가진 계층에게 혜택이 집중되는 경향이 뚜렷하다. K-패스는 규칙적 출퇴근자, 전기요금 할인은 가정용 전력 사용자, 금융지원은 신용도가 양호한 사업자에게 유리하다.

반면 플랫폼 노동자, 프리랜서, 영세자영업자, 고령층 등은 여러 지원책에서 동시에 소외되는 '중첩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이들을 위한 별도의 지원책이 없다면 경제대책은 오히려 계층간 격차를 확대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정부는 정책 효과 분석 시 수혜 집단의 소득분위별, 고용형태별 분포를 공개하고,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보완책을 제시해야 한다. 진정한 포용적 경제정책은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에 대한 세심한 배려에서 시작된다.

이 글은 공개된 보도를 바탕으로 작성한 시사 사설로, 필자의 개인적 견해를 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