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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부 경제 대책, 허리 빠진 계층이 가장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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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연말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내놓은 경제 대책이 발표된 지 한 달여가 지났다. 25조원 규모의 민생 지원책이라고 하지만, 실제 지원 대상을 들여다보면 기묘한 현상이 발견된다. 소득 하위 70%와 소상공인에게는 직접적인 현금 지원이 집중되는 반면, 중산층이라 불리는 계층은 대부분의 혜택에서 제외되고 있다.

A shocked couple sitting at a table counting cash, illustrating financial surprise.
자료 이미지: Pexels / Mikhail Nilov

이번 대책의 핵심은 가구당 최대 25만원의 K-패스 교통비 지원, 소상공인 새희망자금 500만원, 그리고 근로·자녀장려금 확대다. 문제는 이 혜택들의 소득 기준선이다. K-패스는 기준중위소득 100% 이하, 새희망자금은 연매출 10억원 이하 소상공인, 근로장려금은 부부합산 연소득 3,200만원 이하로 제한된다.

중산층이 사라지는 지원 체계

구체적으로 계산해보자. 4인 가구 기준중위소득 100%는 월 540만원, 연소득으로는 6,480만원에 해당한다. 맞벌이 부부가 각각 월 300만원씩 벌면 연 7,200만원으로 이미 기준을 넘는다. 이들은 K-패스 혜택에서 제외된다. 근로장려금의 경우 더 가혹하다. 부부 합산 연소득 3,200만원은 월 267만원 수준으로, 각자 130만원 남짓 벌면 지원 대상에서 벗어난다.

필자가 지난 3년간 다양한 정부 지원책을 취재하며 반복적으로 목격한 현상이 바로 이것이다. 정부는 '취약계층 우선 지원'이라는 대의명분 하에 중산층을 지원 대상에서 의도적으로 배제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이들이야말로 물가 상승과 금리 인상의 직격탄을 맞는 계층이다. 집값 대출 이자 부담은 늘어나고, 자녀 교육비와 생활비는 치솟는데 정부 지원은 받을 수 없는 딜레마에 빠져있다.

소상공인 지원의 맹점

소상공인 새희망자금도 마찬가지다. 연매출 10억원 이하라는 기준은 겉보기엔 관대해 보이지만, 실제 지원 절차를 살펴보면 허점이 드러난다. 지원 대상은 2023년 매출이 전년 대비 감소한 업체로 제한되며, 금융기관 대출 한도 여력이 있어야 한다. 이미 대출로 목이 막힌 영세 사업자들은 사실상 배제되는 구조다.

더욱이 새희망자금은 기존 대출 상환에 사용할 수 없고, 오직 운영자금으로만 활용 가능하다. 코로나19 때 받은 대출 상환 압박에 시달리는 소상공인들에게는 실질적 도움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정부는 500만원이라는 금액에만 방점을 찍고 있지만, 실제 수혜 가능한 업체 수와 지원 효과에 대한 구체적 분석은 부족하다.

사각지대의 실체

가장 큰 사각지대는 바로 '긱 경제' 종사자들이다. 배달 라이더, 대리기사, 플랫폼 노동자들은 근로자도 사업자도 아닌 애매한 지위로 인해 대부분 지원에서 제외된다. 이들의 소득은 불안정하고 사회보험 사각지대에 놓여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 대책에서는 여전히 '보이지 않는 존재'로 남아있다.

청년층 역시 마찬가지다. 대학 졸업 후 취업 준비생이거나 프리랜서로 활동하는 청년들은 소득 기준을 충족하더라도 주민등록상 부모와 같이 살면 가구 소득에 포함돼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는 경제적으로 독립적이지만, 행정상 분리되지 않아 혜택을 받지 못하는 모순이 발생한다.

진짜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경제 대책의 진정한 효과는 지원 금액의 크기가 아니라 누구에게 얼마나 정확히 전달되느냐에 달려있다. 현재의 일률적 소득 기준은 실제 경제적 어려움과 괴리가 크다. 월소득 500만원이라도 서울 강남에서 전세 대출을 끼고 사는 가구와 지방에서 자가 주택에 거주하는 가구의 실질 구매력은 전혀 다르다.

정부는 앞으로 지역별 생활비 차이, 주거비 부담 수준, 부양가족 규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새로운 지원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단순히 소득 분위로만 나누는 방식에서 벗어나 실질적 어려움을 겪는 계층을 정확히 포착할 수 있는 정교한 기준이 필요하다. 그래야만 25조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이 진짜 필요한 곳에 제대로 쓰일 수 있을 것이다.

이 글은 공개된 보도를 바탕으로 작성한 시사 사설로, 필자의 개인적 견해를 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