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연말을 앞두고 내놓은 경제 대책들이 속속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소상공인 지원금부터 청년 창업 지원, 부동산 규제 완화까지 다양한 정책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정작 누가 얼마나 혜택을 받을 수 있는지는 여전히 안개 속이다. 더 중요한 것은 정책 설계 과정에서 배제되거나 소외되는 계층들이 생기고 있다는 점이다.

소상공인 지원책, 실제 수혜 규모는?
정부는 소상공인 새희망자금으로 업체당 최대 2000만원까지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실제 지원 기준을 들여다보면 복잡한 계산식이 숨어있다. 매출액 감소율 15% 이상, 고용보험 가입자 수 유지 등의 조건을 모두 충족해야 하는데, 중소벤처기업부 자료에 따르면 전체 소상공인 중 실제 수혜 대상은 약 35% 수준에 그칠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매출액 감소 증빙' 부분이다. 현금 거래가 많은 전통시장 상인이나 노점상들은 정확한 매출 데이터를 제출하기 어려워 지원에서 배제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필자가 만난 한 떡볶이 가게 사장은 "카드 매출은 절반도 안 되는데, 현금 거래를 어떻게 증명하라는 건지 모르겠다"며 고민을 털어놓기도 했다.
청년층 지원, 진입장벽이 더 높아졌다
청년 창업 지원 정책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청년 창업기업에 최대 1억원까지 지원하겠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사업계획서 평가, 멘토링 이수, 창업교육 120시간 수료 등 까다로운 선제조건들이 즐비하다.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통계를 보면, 지원 신청자 중 실제 선정되는 비율은 12.3%에 불과하다.
더욱 심각한 것은 지역 격차다. 서울·경기 지역 청년들은 창업보육센터나 엑셀러레이터 접근이 용이하지만, 지방 청년들은 정보 접근성부터 떨어진다. 실제로 2023년 청년 창업지원 예산의 68%가 수도권에 집중 배분됐다는 국정감사 자료도 이를 뒷받침한다.
부동산 정책, 중간층만 웃는다
부동산 규제 완화 정책들도 수혜 대상이 편중돼 있다. LTV(주택담보대출비율) 완화나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기준 조정은 이미 어느 정도 자산을 보유한 중산층에게만 의미가 있다. 한국부동산원 분석에 따르면, 이번 대책으로 추가 대출이 가능해진 계층은 연소득 7000만원 이상, 보유 자산 3억원 이상 가구가 대부분이다.
반면 무주택 서민들에게는 실질적 혜택이 제한적이다. 전월세 지원금은 가구당 월 20만원으로 책정됐지만, 서울 기준 평균 전세가격 상승률(연 8.2%)을 고려하면 미봉책에 그친다. 특히 신혼부부나 사회초년생들이 많이 거주하는 원룸, 투룸 시장은 아예 정책 대상에서 제외됐다.
정책 사각지대, 어떻게 메울 것인가
이런 정책들을 지켜보며 드는 생각은 '세밀함의 부족'이다. 과거 코로나19 재난지원금 때도 비슷한 문제가 있었다. 당시 필자는 여러 소상공인들을 인터뷰하면서 정책 설계자들이 현장의 목소리를 제대로 듣지 않고 탁상행정에만 의존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3년이 지난 지금도 본질적인 문제는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 같다.
무엇보다 정책 수혜 대상을 결정하는 기준들이 너무 획일적이다. 업종별, 지역별, 연령별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접근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현금거래 비중이 높은 업종에는 별도의 매출 증빙 방식을 도입하거나, 지방 청년들에게는 온라인 교육으로 창업교육 요건을 완화하는 등의 방안을 고려해볼 수 있다.
정부 정책의 효과성은 결국 '얼마나 많은 사람이 실질적 도움을 받는가'로 판가름 난다. 화려한 정책 발표보다는 실행 과정에서의 세심함과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더 중요하다. 정책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의 목소리에 더 귀 기울이는 정부가 되기를 기대한다.
이 글은 공개된 보도를 바탕으로 작성한 시사 사설로, 필자의 개인적 견해를 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