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해 들어 내놓은 경제 대책들을 면밀히 살펴보면, 수혜 대상의 편중과 정책 사각지대가 뚜렷하게 드러난다. 민생 회복을 목표로 한다지만, 실제로는 특정 계층에게만 혜택이 집중되는 구조적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

명확한 수혜 기준, 불명확한 실효성
정부의 주요 경제 대책 중 하나인 '소상공인 금리 지원책'을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연 3% 이하 금리로 최대 2억 원까지 대출받을 수 있다는 이 정책은 표면상 매력적이다. 하지만 실제 신청 조건을 들여다보면 문제가 보인다.
먼저 신청 자격 기준이다. 업력 1년 이상, 연매출 10억 원 이하, 신용등급 6등급 이상이라는 조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여기서 핵심은 '신용등급 6등급 이상'이다. 코로나19와 경기 침체로 이미 신용등급이 하락한 소상공인들은 애초에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다. 정작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배제되는 역설적 상황이다.
실제로 지난달 중소벤처기업부 자료에 따르면, 이 대출 상품의 승인률은 43%에 그쳤다. 신청자 10명 중 6명은 탈락한다는 뜻이다. 과연 이것이 '서민을 위한 정책'이라 할 수 있을까.
중산층 중심의 주택 정책, 서민은 어디에
주택 정책 역시 마찬가지다. 정부가 내놓은 '디딤돌 대출 한도 확대'는 연소득 6000만 원 이하 무주택자를 대상으로 한다. 기존 2억 5000만 원에서 3억 원으로 한도를 늘렸다는 것이 핵심이다.
하지만 현실을 보자. 수도권 아파트 평균 가격이 6억 원을 넘어선 상황에서 3억 원 대출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결국 이 정책의 실질적 수혜자는 지방 중소도시나 수도권 외곽의 중산층이다. 정작 전세 보증금도 마련하기 어려운 청년층이나 저소득층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필자가 최근 20~30대 직장인들과 만날 때마다 듣는 이야기가 있다. "정부 정책은 항상 우리보다 조금 더 여유 있는 사람들을 위한 것 같다"는 것이다. 연소득 3000만 원 미만의 청년들에게는 6000만 원 이하 기준조차 높은 벽이다. 이들을 위한 별도의 지원책은 여전히 미미하다.
사각지대에 놓인 계층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정책 설계 과정에서 아예 고려되지 않는 계층들이다. 대표적으로 플랫폼 노동자들을 들 수 있다. 배달 기사, 대리 운전자, 프리랜서들은 고용보험 사각지대에 있으면서도 각종 금융 지원에서도 배제된다.
이들의 소득 증명은 어렵고, 신용 평가도 불리하다. 정부가 내놓는 대부분의 경제 대책이 '정규직 근로자' 또는 '사업자등록증 보유자'를 전제로 설계되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이러한 비정규직 플랫폼 노동자는 전체 취업자의 15%가 넘는다.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규모다.
또 다른 사각지대는 '중간계층 함정'에 빠진 사람들이다. 각종 지원책의 소득 기준은 넘지만, 실제 생활은 여유롭지 않은 계층이다. 맞벌이 가구 중 연소득 8000만 원 정도 되는 가정들이 대표적이다. 세전 기준으로는 중산층이지만, 세후 소득에 주거비와 교육비를 빼면 여유가 없다. 하지만 정부 지원책에서는 배제된다.
정책 효과성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
정부 경제 대책의 근본적 문제는 '평균'에 매몰된 정책 설계에 있다. 평균 소득, 평균 자산, 평균 신용등급을 기준으로 만들어진 정책은 정작 평균에서 벗어난 사람들을 소외시킨다.
실효성 있는 정책을 위해서는 세분화된 접근이 필요하다. 소득 구간별, 연령별, 고용 형태별로 다른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정책 수혜자 선정 과정에서 '배제의 논리'보다는 '포용의 논리'를 우선해야 한다.
정부는 정책의 양적 확대보다는 질적 개선에 집중해야 한다. 화려한 정책 발표보다는 실제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실질적 혜택이 돌아가는지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보완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래야만 진정한 의미의 '민생 경제'를 실현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글은 공개된 보도를 바탕으로 작성한 시사 사설로, 필자의 개인적 견해를 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