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발표한 민생경제 종합대책이 시행된 지 두 달여가 지났다. 25조원 규모의 경제 대책은 '전 국민 지원'을 표방했지만, 실제 수혜 현황을 들여다보면 예상과 다른 그림이 그려진다. 혜택의 사각지대는 여전히 넓고, 정작 도움이 필요한 계층에게는 혜택이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수혜 대상의 현실적 기준
정부 경제 대책의 핵심인 K-패스(대중교통비 20~53% 할인)는 월 15회 이상 이용 시 적용된다. 하지만 실제 계산해보면 이 기준이 얼마나 현실과 동떨어져 있는지 알 수 있다. 서울 기준 지하철 1370원을 월 15회 이용하면 20,550원인데, 20% 할인받아도 4,110원 절약에 불과하다. 반면 재택근무나 자차 이용자는 아예 혜택 대상에서 제외된다.
청년 월세 한국형 주거급여 지원 대상도 마찬가지다. 만 19~34세 무주택 청년 중 중위소득 60% 이하(1인 기준 월 130만원)만 해당된다. 서울에서 월세 50만원짜리 원룸에 사는 대학생이 알바로 월 150만원을 번다면? 소득 기준 초과로 지원에서 배제된다. 역설적이게도 더 절실한 상황임에도 '소득이 있다는 이유'로 제외되는 것이다.
사각지대에 놓인 계층들
가장 큰 사각지대는 중간소득 계층이다. 기초생활수급자나 차상위계층은 기존 복지 시스템의 보호를 받지만, 월 소득 200~400만원 구간의 가구는 대부분의 지원책에서 배제된다. 이들은 물가 상승의 직격탄을 맞으면서도 '소득이 있다'는 이유로 혜택을 받지 못한다.
특히 영세 자영업자와 프리랜서의 상황은 더욱 복잡하다. 소상공인 금융지원은 매출 감소율 20% 이상이라는 기준을 두고 있는데, 코로나19 이후 이미 매출이 바닥인 상태에서 추가 감소율을 증명하기 어렵다. 지난해 이미 매출이 70% 줄어든 카페 사장이 올해 10% 더 줄었다고 해서 지원받을 수 있을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개인적으로 지난 몇 년간 다양한 정부 지원책을 취재하며 느낀 점은, 정책 설계자와 현실 사이의 간극이 여전히 크다는 것이다. 서류상으로는 '포용적' 정책이지만, 실제로는 복잡한 자격 요건과 까다로운 증명 절차가 발목을 잡는다. 정말 도움이 필요한 사람일수록 이런 행정 절차에 익숙하지 않아 혜택에서 소외되는 역설을 수차례 목격했다.
혜택 집중과 형평성 문제
반대로 일부 계층에게는 혜택이 과도하게 집중되는 현상도 나타난다. 전기료 누진제 완화의 경우 월 사용량이 많은 대가구나 고소득층이 더 큰 혜택을 받는다. 월 500kWh를 사용하는 가구는 월 2만원 이상 절약되지만, 200kWh를 쓰는 1인 가구는 절약액이 5천원에 불과하다.
부동산 정책도 마찬가지다. 생애최초 특별공급이나 신혼부부 특별공급은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는 일부 지역에서만 실질적 혜택이 있다. 수도권 민간분양 아파트 대부분이 6억원을 넘는 상황에서 '특별공급' 자격이 있어도 실제 구매력이 없으면 무의미하다.
정책 재설계의 필요성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획일적 기준에서 벗어난 맞춤형 접근이 필요하다. 소득 기준 외에도 자산, 부채, 가구 특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다층적 평가 체계가 도입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청년 지원의 경우 소득이 있어도 학자금 대출 상환 부담이 큰 경우는 별도 고려가 필요하다.
또한 신청 절차의 간소화도 시급하다. 현재 대부분의 지원책은 개별 신청을 원칙으로 하는데, 기존 행정 데이터를 활용한 '찾아가는 복지'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실제로 경기도의 '기본소득' 실험에서 보듯 별도 신청 없이 자동 지급하는 방식이 행정 효율성과 수혜율을 동시에 높일 수 있다.
25조원이라는 큰 예산을 투입하면서도 정작 필요한 곳에 닿지 않는다면, 이는 정책 실패나 다름없다. 숫자로 포장된 성과보다 실질적 도움이 되는 정책 설계가 절실한 시점이다. 진정한 민생경제 대책은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한다고 광고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 어려운 사람들의 현실을 정확히 파악하고 그들에게 실질적 도움을 주는 것이어야 한다.
이 글은 공개된 보도를 바탕으로 작성한 시사 사설로, 필자의 개인적 견해를 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