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연이어 내놓는 경제대책들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민생안정패키지, 소상공인 지원책, 청년 지원 정책 등 화려한 이름을 달고 나오는 정책들이지만, 정작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사람과 받을 수 없는 사람 사이의 간극은 여전히 크다. 정책의 사각지대에서 발을 동동 구르는 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때다.

수혜 대상의 명확한 기준, 그 이면의 배제 논리
최근 발표된 소상공인 대상 운영자금 지원책을 살펴보자. 업종별 매출 감소율 20% 이상, 직전 3년 평균 매출 5억 원 이하, 종업원 10명 이하 등 구체적인 기준이 제시됐다. 언뜻 합리적으로 보이지만, 실상은 복잡하다. 매출 감소율을 증명하려면 세무신고 기록이 있어야 하는데, 현금 거래가 많은 소규모 사업자들은 이 조건을 충족하기 어렵다.
청년 창업지원금의 경우는 더욱 까다롭다. 만 18~34세, 창업 3년 이내, 사업자등록증 보유, 기존 창업지원사업 미수혜 등의 조건을 모두 만족해야 한다. 여기서 눈에 띄는 것은 '기존 창업지원사업 미수혜' 조건이다. 한 번 지원을 받은 청년은 영원히 배제되는 구조다. 창업이 실패하고 재도전하는 청년들에게는 문이 닫혀 있는 셈이다.
계산해보면 드러나는 현실적 한계
구체적인 수치로 살펴보면 문제가 더욱 선명해진다. 소상공인 운영자금 지원 규모를 1000만 원으로 책정했지만, 실제 소상공인들의 월평균 운영비용을 고려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서울 강남구 소재 카페의 경우 월 임대료만 200만 원을 넘는다. 인건비, 재료비, 공과금을 합치면 월 500만 원은 기본이다. 1000만 원은 겨우 2개월치 운영비에 불과하다.
지난해 코로나19 재확산 시기, 필자가 직접 만난 한 소상공인은 "정부 지원금으로는 3개월도 버티기 어렵다"며 한숨을 쉬었다. 당시 그는 매출이 70% 감소했지만 임대료와 인건비는 그대로였다. 결국 개인 신용대출로 버텨야 했고, 이는 훗날 또 다른 부담으로 돌아왔다. 정책 입안자들이 현장의 이런 현실을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 의문스럽다.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의 목소리
정부 경제대책의 가장 큰 맹점은 '중간층'의 존재를 간과한다는 점이다. 소득 수준이 기초생활수급자나 차상위계층보다는 높지만, 그렇다고 여유롭지는 않은 계층 말이다. 이들은 대부분의 정부 지원책에서 제외된다. 연소득 4000만 원의 4인 가족이 대표적이다. 각종 지원책의 소득 기준을 살짝 넘어 혜택을 받을 수 없지만, 실제 생활은 넉넉하지 않다.
특히 1인 가구 자영업자들의 경우는 더욱 심각하다. 개인사업자 신용대출 금리 인하 정책은 기존 대출이 있는 경우에만 적용되고, 신규 창업자는 여전히 고금리 대출을 감수해야 한다. 또한 프리랜서나 긱워커들은 사업자등록증이 없어 아예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의 소득 불안정성이 코로나19 이후 더욱 심화됐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정책 설계의 근본적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
정부 경제대책이 실효성을 갖기 위해서는 지원 기준의 경직성부터 해소해야 한다. 획일적인 소득 기준보다는 지역별, 업종별 특성을 반영한 탄력적 기준이 필요하다. 서울과 지방의 생활비 차이, 업종별 매출 구조의 차이를 고려하지 않은 채 일률적인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정책의 형평성을 해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책 수립 과정에서의 현장 목소리 반영이다. 정책 입안자들의 책상 위에서 만들어진 기준이 아니라, 실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들의 생생한 경험이 정책에 스며들어야 한다. 그래야만 정부 경제대책이 진정한 '민생안정'이라는 목표에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정책의 사각지대에서 소외당하는 이들이 없는 포용적 경제정책, 이것이 지금 우리가 추구해야 할 방향이다.
이 글은 공개된 보도를 바탕으로 작성한 시사 사설로, 필자의 개인적 견해를 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