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의 '25조원 규모 민생경제 대책'이 발표된 지 두 달여가 지났다. 부동산 규제 완화부터 소상공인 지원, 청년 주거대책까지 화려한 정책 메뉴가 쏟아졌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누구를 위한 대책인가'라는 의문이 커지고 있다. 수치상으로는 전 국민을 아우르는 포용적 정책처럼 보이지만, 실제 수혜 기준을 들여다보면 여전히 사각지대가 뚜렷하다.

부동산 대책, 중산층 맞춤형 혜택의 한계
이번 경제대책의 핵심인 부동산 정책을 살펴보면 수혜 대상의 편중이 명확하다. DTI(총부채상환비율) 완화는 연소득 7천만원 이상, LTV(주택담보대출비율) 상향은 9억원 이하 주택 구매자를 대상으로 한다. 구체적 계산을 해보면 연소득 7천만원에 DTI 60% 적용 시 최대 4억2천만원까지 대출이 가능하다. 여기에 LTV 80% 적용하면 9억원 주택의 경우 7억2천만원까지 대출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 기준선은 실질적으로 중상위층에게만 의미 있는 혜택이다. 국세청 통계에 따르면 근로소득자 중 연소득 7천만원 이상은 전체의 12.3%에 불과하다. 나머지 87.7%는 여전히 까다로운 대출 조건에 직면해 있다. 특히 연소득 4천만원 이하 계층(전체의 62%)은 기존 DTI 40% 기준으로도 1억6천만원 수준의 주택 구매가 한계인 상황이다.
소상공인 지원, 복잡한 신청 절차와 현실의 괴리
소상공인 대상 '새출발기금' 8조원 규모 지원책도 마찬가지다. 최대 1500만원까지 채무 조정이 가능하다고 하지만, 실제 신청 과정은 복잡하기 그지없다. 먼저 신용회복위원회를 통한 사전 상담(평균 대기시간 15일), 금융기관별 개별 협의(추가 20일), 최종 승인까지 총 45일이 소요된다.
더 큰 문제는 지원 조건이다. 업력 3년 이상, 최근 1년간 매출 감소 20% 이상, 신용등급 7등급 이하 등 까다로운 기준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중소벤처기업부 자료를 보면 이 조건에 해당하는 소상공인은 전체 330만 명 중 약 85만 명(25.7%)으로 추산된다. 나머지 245만 명은 여전히 자력으로 경영난을 버텨야 한다.
개인적으로 지난해 코로나19 소상공인 지원 정책을 취재하며 목격한 현실이 떠오른다. 화려한 지원책 발표와 달리 실제 지원금을 받은 소상공인들의 비율은 예상보다 훨씬 낮았다. 복잡한 서류 준비와 긴 대기시간은 당장 자금 압박에 시달리는 소상공인들에게는 그림의 떡일 뿐이었다. 이번에도 비슷한 양상이 반복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청년 주거대책, '서울 거주' 청년만의 특권
청년 주거 안정을 위한 '청년 도약계좌'와 '청년 전월세 대출' 확대도 수도권 편중이 심하다. 전월세 대출 한도 상향(최대 3억원)은 서울 기준 시세를 반영한 것으로, 지방 거주 청년들에게는 과도한 수준이다. 실제로 대구, 광주, 대전 등 광역시 전월세 평균 가격이 1억5천만원 수준임을 고려하면 지역별 차등 적용이 필요했다.
청년 도약계좌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연소득 6천만원 이하 청년에게 5년간 월 70만원씩 적립 시 정부가 같은 금액을 매칭해주는 제도다. 하지만 월 70만원을 꾸준히 저축할 수 있는 청년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대 근로자 평균 월급은 세전 280만원, 세후 실수령액은 230만원 수준이다. 여기서 주거비(평균 80만원), 생활비(평균 100만원)를 제외하면 50만원도 남지 않는다.
진짜 사각지대는 어디에 있나
정부 경제대책의 가장 큰 맹점은 '중간층'에 대한 고려 부족이다. 각종 지원책의 소득 기준을 보면 저소득층 지원은 기초생활수급자 중심(중위소득 30% 이하), 중상위층 혜택은 연소득 6-7천만원대부터 시작된다. 중위소득 50-80% 구간, 즉 4인 가구 기준 연소득 4천만원-6천5백만원 계층은 대부분의 정책에서 배제된다.
이 구간은 전체 가구의 약 30%에 해당하는 substantial한 집단이다. 기초생활수급자만큼 절대적으로 어렵지는 않지만, 고소득층 대상 혜택을 누리기에는 부족한 애매한 위치다. 특히 자녀 교육비, 주거비 부담이 큰 30-40대 가구가 대부분 이 구간에 몰려 있다.
20여 년간 경제 정책을 지켜본 경험으로는, 이런 '중간층 사각지대' 문제는 정치적 관심 부족에서 비롯된다. 저소득층 지원은 복지 확대라는 명분이 있고, 고소득층 혜택은 경제 활성화라는 논리가 있다. 하지만 중간층은 표면적으로 '큰 문제없어 보이는' 계층으로 분류돼 정책 우선순위에서 밀려난다. 하지만 실제로는 이들이야말로 경제적 스트레스를 가장 심하게 받는 집단이다.
결국 정부 경제대책이 진정한 효과를 거두려면 수혜 대상의 재설계가 필요하다. 화려한 규모의 정책보다는 촘촘한 사각지대 분석과 맞춤형 지원이 우선이다. 특히 소득 구간별, 지역별 격차를 고려한 차등 적용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 '모든 국민을 위한 정책'이라는 구호가 실제로는 '일부 국민만을 위한 정책'이 되지 않도록 말이다.
이 글은 공개된 보도를 바탕으로 작성한 시사 사설로, 필자의 개인적 견해를 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