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국회를 통과한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시행령이 확정되면서, 내년 7월부터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는 완전히 새로운 규제 체계 하에 놓이게 됐다. 이번 법안이 가계와 자영업자에게 미칠 실제 영향은 생각보다 광범위하다. 특히 연매출 10억원 미만 소상공인의 약 23%가 가상자산으로 결제를 받고 있다는 최근 조사 결과를 보면, 이는 단순히 투자자만의 문제가 아님을 알 수 있다.

거래소 운영 기준 강화로 인한 직접적 변화
새로운 법안의 핵심은 가상자산 거래소에 대한 운영 기준 강화다. 거래소는 최소 50억원의 자기자본을 유지해야 하고, 이용자 자산의 80% 이상을 별도 분리 보관해야 한다. 현재 국내 운영 중인 30여개 거래소 중 이 기준을 충족할 수 있는 곳은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등 4~5곳에 불과하다.
나머지 중소 거래소들은 사실상 폐업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이들 거래소를 이용하던 투자자들의 자산 처리다. 법안에 따르면 폐업 시 이용자 자산은 30일 내에 반환되어야 하지만, 거래소가 자본 부족으로 폐업하는 상황에서 온전한 반환이 가능할지 의문이다.
소상공인 결제 시스템 변화와 비용 부담
더 큰 문제는 소상공인들의 가상자산 결제 시스템이다. 현재 많은 소상공인들이 사용하는 간편 가상자산 결제 서비스들이 중소 거래소와 연동되어 있다. 이들 거래소가 문을 닫으면 새로운 결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는데, 대형 거래소 기반 서비스는 수수료가 기존 대비 0.2~0.5%포인트 높다.
예를 들어 월 매출 3000만원인 카페가 가상자산 결제 비중이 15%라면, 기존 수수료율 1.2%에서 1.7%로 상승할 경우 월 22,500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연간으로는 27만원의 부담 증가다. 이는 소상공인에게는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금액이다.
투자자 보호 vs 시장 위축, 현실적 계산
정부는 이번 법안이 투자자 보호를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설명한다. 실제로 그동안 가상자산 거래소 해킹이나 폐업으로 인한 투자자 피해가 누적 2조원을 넘어섰다는 금융당국 추산을 보면, 규제 강화 자체의 필요성은 인정된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2018년부터 가상자산 시장을 지켜보며 느낀 점은, 과도한 규제가 오히려 건전한 시장 생태계 형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중소 거래소들이 일괄 퇴출되면서 시장이 4~5개 대형 거래소 중심으로 과도하게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거래 수수료 상승과 서비스 다양성 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업비트의 거래 수수료는 0.05~0.25%인 반면, 중소 거래소들은 경쟁을 위해 0.02~0.1% 수준을 유지해왔다. 시장 집중도가 높아지면 이런 경쟁적 수수료 구조는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
가계 금융자산 포트폴리오 재편 필요성
일반 투자자들도 포트폴리오 점검이 시급하다. 중소 거래소에 자산을 예치하고 있다면 내년 7월 이전에 대형 거래소로 이전하거나 현금화를 고려해야 한다. 특히 알트코인 투자자들은 선택의 폭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대형 거래소들은 상장 기준이 까다로워 중소 거래소에서만 거래되던 코인들이 거래 중단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중소 거래소에서만 거래되는 코인에 투자하고 있다면, 법 시행 전에 매도를 고려하는 것이 안전하다. 거래량 부족으로 인한 유동성 위험도 감안해야 할 요소다.
결국 이번 가상자산법은 단기적으로는 시장 혼란과 비용 증가를 가져오지만, 장기적으로는 더 안정적인 투자 환경을 조성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그 과정에서 발생할 소상공인과 일반 투자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세심한 정책적 배려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 글은 공개된 보도를 바탕으로 작성한 시사 사설로, 필자의 개인적 견해를 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