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국회 정무위원회를 통과한 '신용보증기금법 개정안'이 본회의 처리를 앞두고 있다.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의 신용보증 한도를 기존 30억원에서 50억원으로 확대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표면적으로는 자영업자들의 숨통을 틔워주는 정책으로 보이지만, 실제 영향을 들여다보면 생각보다 복잡한 양면성을 드러낸다.

실제 혜택 대상과 계산법
이번 개정안의 실질적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대상은 생각보다 제한적이다. 신용보증기금의 내부 기준에 따르면, 연매출 120억원 이하 기업 중 기존 보증잔액이 25억원을 초과하는 업체들이 주요 타겟이다. 전국 등록 소상공인 570만명 중 이 조건에 해당하는 비율은 약 0.8%, 즉 4만 5천여 개 업체 수준으로 추정된다.
구체적인 계산 예시를 들어보자. 연매출 80억원 규모의 제조업체가 현재 28억원의 신보 보증을 받고 있다면, 개정 후 최대 22억원을 추가로 보증받을 수 있다. 이때 신보 보증서를 담보로 은행에서 실제 대출받을 수 있는 금액은 보증금액의 85~95% 수준이므로, 실질 추가 대출 가능액은 18억~20억원 정도가 된다.
중소 자영업자에게는 그림의 떡
문제는 정작 코로나19와 고물가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일반 자영업자들에게는 이번 법안의 혜택이 미미하다는 점이다. 연매출 10억원 이하 소상공인의 평균 신보 보증 잔액은 1억 2천만원 수준이다. 이들에게는 기존 30억원 한도도 충분히 여유가 있는 상황이어서, 한도 확대 자체가 의미를 갖지 못한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신용평가 기준이다. 매출이 급감한 자영업자들은 신보의 까다로워진 심사 기준을 통과하기 어려워졌다. 필자가 지난해 만난 한 카페 사장은 "코로나 전 연매출 3억원에서 1억 5천만원으로 줄었는데, 추가 보증을 신청했다가 '매출 안정성 부족'으로 거절당했다"고 토로했었다. 한도를 늘려봐야 문턱이 높으면 소용없다는 것이 현실이다.
가계 부채 연쇄 효과 우려
이번 법안이 통과되면 중견기업 수준의 사업체들이 대거 추가 자금을 조달할 가능성이 높다. 신보 보증은 시중은행 대출금리보다 0.5~1%포인트 낮은 금리 혜택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현재 기준으로 신보 보증 대출의 평균 금리는 연 4.8% 수준이다.
하지만 이는 결국 정부 보증으로 뒷받침되는 준공적 자금의 확대를 의미한다. 만약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고 대출 상환 부담이 증가한다면, 보증 대위변제 규모도 함께 늘어날 수밖에 없다. 작년 신보의 대위변제율은 0.33%였지만, 보증 잔액이 30% 이상 증가하면 절대 규모는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결국 국민 세금으로 메워져야 하는 부담이다.
진짜 해결책은 따로 있다
정말 소상공인을 돕고 싶다면 한도 확대보다는 심사 기준 개선과 금리 인하에 집중해야 한다. 연매출 5억원 이하 소상공인에 대해서는 별도의 완화된 심사 기준을 적용하고, 보증료율을 현재 0.5~2.0%에서 0.3~1.5%로 낮추는 것이 더 실효성 있는 대안이 될 것이다.
또한 가계의 실질적 부담을 줄이려면 생계형 소상공인에 대한 직접 지원을 늘리는 것이 바람직하다. 대출로 연명하게 하기보다는, 임차료 지원이나 세금 감면을 통해 고정비 부담을 덜어주는 방식이 더 건전한 접근법이다.
이번 법안은 겉보기에는 중소기업 지원책처럼 포장되어 있지만, 실상은 이미 여유 있는 중견급 사업체들에게 추가 혜택을 주는 성격이 강하다. 진짜 어려운 소상공인들에게는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국회는 법안 통과에만 급급할 것이 아니라, 정책의 실질적 효과를 냉정히 따져봐야 할 때다.
이 글은 공개된 보도를 바탕으로 작성한 시사 사설로, 필자의 개인적 견해를 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