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쿠키

[사설] 소상공인 적격성 심사 강화법, 과연 누구를 위한 개혁인가

썰쿠키

이번 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를 통과한 '소상공인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본회의를 앞두고 있다. 겉으로는 부실 지원 방지라는 명분이지만, 실제로는 자영업자들의 숨통을 더욱 조이는 결과를 낳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연매출 10억 원 이하 사업체의 정부 지원 신청 시 적격성 심사를 대폭 강화하는 내용이 핵심인데, 이것이 현장에서 어떤 파장을 일으킬지 구체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African man closing a store with a sign in Portuguese, wearing an apron.
자료 이미지: Pexels / Kampus Production

새로운 적격성 심사 기준의 실체

개정안에 따르면 소상공인 정책자금 신청 시 기존의 단순 서류 심사에서 벗어나 '경영 지속가능성 평가'를 도입한다. 구체적으로는 ①최근 3년간 매출 변동률 ②업종별 평균 수익률 대비 자사 수익률 ③고용 유지 현황 ④임대료 및 인건비 비중 등 4개 항목을 점수화해 70점 이상 받아야 지원 대상이 된다.

문제는 이 기준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치킨집을 운영하는 김씨의 경우를 보자. 연매출 8억 원, 순이익률 8%로 업종 평균(12%)에 못 미치고, 코로나19로 인한 2021년 매출 급감으로 변동률이 -30%를 기록했다면 이미 두 항목에서 낙제점을 받는다. 임대료가 매출의 15%를 차지한다면(업종 기준 10% 초과) 또 다른 감점 요인이 된다.

가계 부담 증가의 구체적 계산

이 법안이 시행되면 기존에 정책자금을 받던 소상공인 중 약 30-40%가 탈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소벤처기업부 자료에 따르면 2023년 소상공인 정책자금 지원 규모가 15조 원이었는데, 이 중 4-6조 원 규모의 지원이 축소될 수 있다는 의미다.

구체적인 가계 영향을 계산해보자. 현재 소상공인 정책자금의 평균 대출 금리는 2.5-3.5% 수준인데, 이를 받지 못한 자영업자들은 시중 은행 대출(5-7%) 또는 제2금융권(8-12%)을 이용해야 한다. 5000만 원을 대출받는 경우를 가정하면, 정책자금 대신 시중 은행 대출을 받을 때 연간 이자 부담이 100-200만 원 증가한다. 제2금융권을 이용한다면 250-450만 원의 추가 부담이 발생한다.

필자가 지난 5년간 자영업 관련 기사를 쓰면서 만난 소상공인들 중 상당수는 이미 다중 채무에 시달리고 있었다. 정책자금마저 받기 어려워진다면 이들의 선택지는 극도로 제한될 수밖에 없다. 특히 팬데믹 이후 아직 회복하지 못한 업종들에게는 사실상 폐업을 재촉하는 결과를 낳을 가능성이 높다.

신청 절차 복잡화가 만드는 새로운 진입장벽

적격성 심사 강화와 함께 신청 절차도 복잡해진다. 기존에는 사업자등록증, 재무제표, 사업계획서 정도면 충분했지만, 앞으로는 ①회계법인 검토 의견서 ②업종별 시장분석 보고서 ③향후 3년간 경영계획서 ④고용계획서 등 추가 서류가 필요하다.

이는 단순히 서류가 늘어나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회계법인 검토 의견서 발급 비용만 해도 50-100만 원이 소요되고, 시장분석 보고서 작성을 위해 전문 컨설팅을 받는다면 추가로 100-200만 원이 필요하다. 결국 지원을 신청하기 위해 200-300만 원의 선투자가 필요한 셈인데, 이마저도 심사에서 떨어질 수 있다는 리스크를 안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절차를 감당할 수 있는 역량의 차이다.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사업체는 세무사나 회계사의 도움을 받을 수 있지만, 정말 영세한 자영업자들은 이런 전문가 네트워크에 접근하기 어렵다. 결과적으로 정말 지원이 필요한 계층은 배제되고, 상대적으로 여유 있는 사업자들만 혜택을 받는 역설적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정책 의도와 현실 사이의 괴리

정부는 이번 개정안의 목적을 '한정된 재원의 효율적 활용'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동안 회수 불가능한 지원이 늘어나면서 건전한 사업자들에게 돌아갈 기회가 줄어들었다는 논리다. 표면적으로는 합리적으로 들리지만, 과연 이것이 최선의 해법인지 의문이다.

소상공인 정책자금의 본래 취지는 시장에서 배제되기 쉬운 영세 사업자들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번 개정안은 오히려 시장 논리를 더욱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이미 시중 금융기관에서 대출받기 어려운 사업자들이 정책자금마저 받기 어려워진다면, 애초 정책 목표 자체가 무의미해진다.

필자는 이런 접근이 근본적으로 잘못되었다고 본다. 부실 지원을 막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사후 관리와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다. 지원 받은 후 정기적인 경영 컨설팅을 제공하고, 어려움에 처했을 때 적극적으로 도와주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진정한 해답이 아닐까.

결국 이번 법안은 '선별적 복지'라는 이름 하에 복지 자체를 축소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자영업자들의 현실적 어려움을 외면한 채 탁상공론식 기준만 강화한다면, 오히려 소상공인 생태계 전체가 위축될 수 있다. 국회는 본회의 표결 전 이런 부작용들을 면밀히 검토하고, 현장의 목소리에 더 귀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이 글은 공개된 보도를 바탕으로 작성한 시사 사설로, 필자의 개인적 견해를 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