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논의되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개정안이 가계와 자영업자들 사이에서 뜨거운 관심을 모으고 있다. 대형마트와 SSM(기업형 슈퍼마켓)의 골목상권 진출 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이번 개정안은 과연 서민경제의 든든한 방패막이가 될 수 있을까.

개정안의 핵심 내용과 적용 기준
이번 개정안의 가장 주목할 부분은 '상권영향평가제' 도입이다. 매장면적 3,000㎡ 이상의 대형마트나 165㎡ 이상의 SSM이 신규 출점할 때, 반경 1km 이내 기존 소상공인 매출 감소율이 15% 이상 예상되면 출점을 제한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기존에는 단순한 거리 규제(대형마트 기준 1km)만 있었다면, 이제는 실제 매출 타격도를 수치로 측정해 판단하겠다는 의미다.
구체적인 계산 방식을 살펴보자. 상권영향평가는 ①기존 상권 내 업종별 매출 현황 ②신규 점포 예상 매출 규모 ③소비자 이동 패턴 변화 ④기존 점포들의 매출 감소 추정치를 종합해 산출된다. 예를 들어 월 평균 매출 500만원인 동네 마트가 있는 지역에 대형 SSM이 들어와 월 75만원(15%) 이상 매출 감소가 예상되면 출점 제한 대상이 되는 식이다.
자영업자에게는 생존의 마지노선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전국 소매업 자영업자는 약 89만명으로, 이 중 70% 이상이 월 매출 1,000만원 미만의 영세사업자다. 대형마트나 SSM 출점으로 인한 매출 감소는 이들에게 곧바로 생계 위협으로 이어진다. 실제로 2019년 중소벤처기업부 조사에서 대형마트 인근 소상공인들의 평균 매출 감소율은 23.4%에 달했다.
필자가 지난해 서울 강서구의 한 전통시장을 취재했을 때 만난 정육점 사장의 말이 여전히 생생하다. "대형마트가 들어온 뒤 하루 매출이 절반으로 줄었어요. 같은 고기를 파는데 그쪽은 대량구매로 더 싸게 팔 수 있으니까요." 이런 현실적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들에게 이번 개정안은 분명 의미 있는 보호장치가 될 것이다.
가계 부담 증가 우려는 현실적인가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다른 계산이 나온다. 대형마트와 SSM의 가격경쟁력은 가계 생활비 절약에 실질적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한국소비자원이 조사한 주요 생필품 가격을 보면, 대형마트는 전통시장 대비 평균 8~12% 저렴하고, SSM은 동네 마트보다 5~8% 낮다.
4인 가족 기준으로 월 식료품비가 80만원이라면, 대형마트 이용 시 연간 76만~115만원을 절약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특히 육아용품, 생활용품까지 포함하면 절약 효과는 더 커진다. 개정안으로 인한 출점 제한이 이런 선택권을 줄인다면, 결과적으로 서민 가계에 부담을 전가하는 역효과를 낳을 수도 있다.
진짜 상생의 길은 따로 있다
개정안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단순한 진입 규제만으로는 근본적 해결책이 되기 어렵다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오히려 소상공인들의 경쟁력 강화와 상권 활성화에 더 많은 정책적 에너지를 쏟아야 한다. 배달앱 수수료 지원, 디지털 전환 교육, 공동구매 플랫폼 구축 등이 그 예다.
실제로 성공 사례를 보면 규제보다는 차별화가 답인 경우가 많다. 부산 국제시장의 '청년몰' 사업이나 전주 남부시장의 '야시장' 운영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대형마트가 제공할 수 없는 고유한 가치와 경험을 만들어 소비자를 끌어들였다.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통과되더라도 그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다. 진정한 상생은 소비자에게는 선택권을, 소상공인에게는 경쟁력을 동시에 보장할 때 가능하다. 규제의 방패막만으로는 시장의 거친 바람을 막을 수 없다. 더 근본적이고 창의적인 해법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 글은 공개된 보도를 바탕으로 작성한 시사 사설로, 필자의 개인적 견해를 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