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정감사가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한국 정치권의 민생 외면 행태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 윤석열 정부 출범 2년차를 맞은 현 시점에서 물가 상승, 청년 취업난, 부동산 불안 등 서민들이 체감하는 현실적 고통은 날로 심화되고 있다. 그러나 여야를 막론하고 국정감사장에서는 정파적 공방과 정치적 쟁점화에만 몰두하며, 정작 국민들이 원하는 실질적 대안 제시는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다. 이는 단순히 정치권의 무능함을 넘어서, 대의민주주의의 근본적 가치에 대한 도전이자 국민에 대한 배신이라 할 수 있다.

국정감사, 정치쇼의 무대로 전락
올해 국정감사는 시작부터 정치적 대결 양상을 보였다. 여당은 정부 정책 옹호에 급급했고, 야당은 정부 흠집 내기에만 집중했다. 특히 주요 경제 부처 국정감사에서 드러난 양상은 심각했다. 기획재정부 국감에서는 물가 안정 대책과 서민 생활비 부담 경감 방안보다는, 정치적 책임론과 과거사 논쟁이 주를 이뤘다. 국토교통부 국감 역시 부동산 정책의 실효성 검증보다는 정파적 해석과 정치적 공세가 우선시됐다.
이러한 현상은 국정감사 본연의 목적을 완전히 벗어난 것이다. 국정감사는 국정 전반에 대한 국민의 알 권리 충족과 정책 개선을 위한 건설적 비판이 핵심이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정치인들의 '원맨쇼' 무대로 변질되었고, 언론의 주목을 받기 위한 자극적 발언과 퍼포먼스만이 난무하고 있다.
민생 현안, 정치권의 사각지대
최근 발표된 각종 경제지표는 서민 경제의 어려움을 여실히 보여준다. 소비자물가지수는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특히 식료품과 주거비 상승이 가계를 압박하고 있다. 청년 체감실업률은 20%를 웃돌며 사상 최악 수준을 기록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민들이 정치권에 기대하는 것은 명확하다.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한 해법 제시다.
하지만 정치권의 대응은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여당은 '경제 정책 성과'를 강조하며 현실 인식 부족을 드러냈고, 야당은 '정부 실정 비판'에만 머물며 대안 제시에는 소극적이었다. 특히 청년 취업 문제와 관련해서는 근본적 해법보다는 단편적 정책 나열에 그쳤고, 부동산 문제 역시 규제 완화냐 강화냐는 이분법적 논쟁에만 매몰됐다.
정치권의 구조적 문제점
현재 한국 정치권이 보여주는 민생 외면 현상은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된다. 첫째, 정치인들의 '선거 정치' 종속성이다. 모든 정책과 발언이 다음 선거에서의 유불리를 기준으로 판단되다 보니, 장기적 관점에서의 국정 운영이 불가능하다. 둘째, '제로섬 게임' 사고방식이다. 상대방의 성과는 곧 자신의 손해라는 인식 하에, 건설적 협력보다는 무조건적 반대가 우선시된다.
셋째, 언론과 여론의 관심을 끌기 위한 '이벤트 정치'의 만연이다. 실질적 정책 개발과 입법 활동보다는 화제성 있는 발언과 행동이 정치적 성과로 평가받는 왜곡된 구조가 고착화됐다. 이러한 정치 환경에서는 민생 문제 같은 '지루하고 복잡한' 의제들이 뒷전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다.
변화를 위한 근본적 성찰 필요
한국 정치가 민생으로 회귀하기 위해서는 근본적 성찰과 변화가 필요하다. 우선 정치인들 스스로가 '공복(公僕)'의 본분을 되새겨야 한다.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회에서 국민의 현실적 고통에 무관심한 것은 직무유기나 다름없다. 또한 정당 정치의 패러다임 전환도 시급하다. 정파적 이익보다는 국익과 민생을 우선시하는 정치 문화가 정착되어야 한다.
국민들 역시 변화에 나서야 한다. 정치인들의 말과 공약보다는 실제 행동과 성과를 기준으로 평가해야 하며, '정치쇼'에 휘둘리지 않는 성숙한 시민 의식이 필요하다. 언론 또한 자극적 보도보다는 심층적이고 건설적인 정책 분석에 집중해야 할 때다. 민주주의는 정치인만의 전유물이 아니라 모든 시민이 함께 만들어가는 공동의 과업이기 때문이다.
결국 현재의 위기는 기회이기도 하다. 정치권이 민생 외면의 관성에서 벗어나 진정한 국민의 대변자로 거듭날 수 있느냐, 아니면 계속해서 국민과 유리된 채 정치적 이기심에만 매몰될 것이냐의 분기점에 서 있다. 국민들은 지켜보고 있고, 역사 또한 기록하고 있다는 사실을 정치권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
이 글은 공개된 보도를 바탕으로 작성한 시사 사설로, 필자의 개인적 견해를 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