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3일 오전,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 이정현은 "모든 책임을 지고 물러나겠다"며 사퇴를 선언했다. 그러나 이틀 뒤 그는 '공천 전권 보장'을 조건으로 복귀했다. 29일 만의 사퇴, 이틀 만의 번복. 이 짧은 시간표 안에 국민의힘 공천 시스템의 불안정성과 지도부 리더십의 한계가 압축돼 있다.
문제는 개인의 변심이 아니다. 공관위원장이 사퇴와 복귀를 오가는 구조를 만든 당 운영 방식, 그리고 그 구조를 방치한 지도부의 책임이 핵심이다. 이번 사태는 우발적 해프닝이 아니라 리더십 실패의 증상이다.
공관위원장 사퇴·번복이 보여준 신뢰 붕괴
지방선거를 석 달 앞둔 시점에서 공천 책임자가 자리를 던졌다가 다시 돌아오는 일은 그 자체로 비상 상황이다. 공관위는 공정성과 일관성을 통해 후보 선발의 정당성을 보장해야 한다. 그런데 수장이 권한 보장 문제를 이유로 사퇴와 복귀를 반복했다면, 이미 내부 신뢰 체계가 무너졌다는 뜻이다.
특히 '공천 전권 보장'이라는 복귀 조건은 더 무겁다. 이는 애초에 권한 경계가 불분명했고, 지도부와 공관위 사이에 상호 불신이 누적되어 있었음을 스스로 드러낸다. 공천의 공정성은 절차만이 아니라 권한 구조의 투명성에서 나온다.
TK가 예민하게 반응하는 이유
이번 사태의 진앙은 TK 민심이다. 대구시장 공천을 포함한 핵심 지역 선거에서 후보 선발의 공정성은 곧 지역 정치의 안정성과 직결된다. 그런데 공관위 리더십이 흔들리면 특정 진영 유불리 논란이 즉시 증폭된다. 이미 불신이 높아진 상태라면 작은 균열도 큰 위기로 번진다.
비호감 지표 악화와 지역 내 피로감이 누적된 상황에서 이런 혼란은 단순한 절차 잡음이 아니다. TK 유권자에게는 "당이 자기 문제를 아직도 통제하지 못한다"는 신호로 읽힌다. 보수의 핵심 기반에서 신뢰가 흔들리면 전국 선거의 방어선도 급격히 약해진다.
장동혁의 '전권 보장'은 리더십이 아니라 회피다
대표가 공천 전권을 공관위원장에게 보장하는 행위는 겉보기엔 결단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현재 맥락에서는 책임 구조를 희석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공천이 성공하면 지도부의 성과, 실패하면 공관위의 책임이라는 이중 구조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리더십의 본질은 권한 위임이 아니라 책임의 최종 수용이다. 위기 때 중심을 잡지 못하고, 문제가 터지면 '전권'이라는 말 뒤로 물러서는 방식은 조직을 안정시키지 못한다. 이는 통치가 아니라 사후 수습의 반복이다.
공천 혼란은 선거 패배의 전조다
지방선거에서 공천은 후보 경쟁력과 지지층 결집을 동시에 좌우한다. 공천 과정이 흔들리면 본선 메시지는 약해지고, 내부 갈등은 외부 공격보다 큰 리스크가 된다. 특히 수도권과 영남이 동시에 불안한 국면에서는 '내부 통제 실패' 자체가 선거 프레임이 된다.
이미 주요 인사 이탈, 공천 거부, 지도부 불신이 공개화된 상태에서 공관위원장 사퇴·복귀까지 겹쳤다. 이 흐름은 우연한 사건들의 집합이 아니라 하나의 방향을 가리킨다. 현재 지도체제로는 선거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어렵다는 경고다.
결론: 복귀의 문제가 아니라 지도부 교체의 문제다
이정현의 복귀가 즉각적 공백은 메울 수 있다. 그러나 신뢰의 균열까지 복구하진 못한다. 공천 전권 보장만으로 공정성 의심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는, 문제의 뿌리가 공관위 개인이 아니라 지도부 운영 방식에 있기 때문이다.
결국 해법은 명확하다. 공천관리 재정비 수준이 아니라 리더십 교체 수준의 책임 전환이 필요하다. TK는 더 이상 자동 지지 기반이 아니다. 지금도 오락가락을 반복한다면, 경고는 곧 선거 결과로 돌아올 것이다.
이 글은 2026년 3월 15일 매일신문 보도를 바탕으로 작성한 시사 사설로, 필자의 개인적 견해를 담고 있습니다.